대한민국 방위산업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폴란드와 중동, 동남아를 잇는 대규모 수출 계약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다. K9 자주포와 K2 전차, FA-50과 천무는 '가성비 좋은 무기'를 넘어 한국의 산업 역량과 기술력을 상징하는 국가 브랜드가 됐다. 그러나 화려한 수출 실적만으로 방산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방산은 자동차처럼 시장만으로 성장하는 산업이 아니다. 국가 전략, 외교, 과학기술, 금융, 교육, 지역산업, 그리고 안보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어야 비로소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만들어진다. 오늘날 미국의 방위산업이 강한 이유는 무기를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국가 전체가 하나의 혁신 시스템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방위산업 혁신생태계 조성 및 균형성장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K-방산 특별법)」은 단순한 지원법이 아니다. 이 법안은 방산을 제조업 중심 정책에서 국가 혁신 플랫폼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다. AI·우주·로봇·반도체·첨단소재를 방위산업과 연결하고, 지역 혁신클러스터와 초광역 방산벨트를 구축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은 우리 산업정책의 방향 전환을 상징한다. 하지만 법이 만들어졌다고 산업이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이 법이 던지는 질문을 제대로 읽는 일이다.

(국방융합기술연구소장, 홍익대 국방AI융합학과 교수)
과연 방산을 국가 전략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지금까지 방산 정책은 대체로 정권의 산업정책과 국방정책 사이에서 움직여 왔다. 예산이 늘어나면 사업이 확대됐고, 재정이 긴축되면 신규 사업은 뒤로 밀렸다. 방산혁신클러스터 역시 예산사업이라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신규 지정과 장기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별법이 기본계획, 범정부 추진체계, 법률상 클러스터 승계를 제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진정한 과제는 거버넌스의 설치가 아니라 정책의 일관성이다. 방산은 5년짜리 사업이 아니라 20년, 30년을 내다보는 국가 프로젝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산업 전략이 흔들린다면 세계 시장은 결코 한국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기업 중심'으로 산업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21세기 산업 경쟁은 개별 기업이 아니라 생태계 간 경쟁이다. 반도체는 팹 하나로 완성되지 않고, 항공산업은 완성기 제작사 하나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연구기관과 대학, 소재기업, 시험평가 기관, 금융, 인재, 규제가 하나의 가치사슬을 형성해야 한다. 특별법이 혁신클러스터와 초광역 방산벨트를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지역별 강점을 연결하고 공급망을 통합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발상은 세계적 추세와도 맞닿아 있다. 특히 세제지원과 기금 설치를 통해 연도별 예산 편성의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접근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장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대한민국은 산업정책을 추진할 때 종종 '건물을 짓는 것'을 성과로 착각했다. 클러스터는 건물이 아니라 네트워크다. 연구소가 있고 기업이 입주했다고 해서 혁신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지식이 이동하고 기술이 교류하며 실패를 다시 도전으로 연결하는 문화가 있을 때 비로소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국가는 왜 방위산업을 육성하는가.
방산은 종종 전쟁산업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하지만 민주국가에서 방위산업은 전쟁을 확대하기 위한 산업이 아니라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산업이다. 강한 억지력이 오히려 평화를 유지한다는 현실주의 국제정치의 명제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동시에 방산은 첨단기술 혁신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인터넷, GPS, 항공전자, 반도체와 같은 기술은 군사적 필요에서 시작해 결국 인류 전체의 삶을 바꾸었다. 방산을 단순한 군수산업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현대 기술혁신의 역사를 절반만 읽는 것이다. 그렇다고 방산의 확대를 무조건 선으로 볼 수도 없다. 기술은 가치중립적이지만, 기술을 사용하는 국가는 결코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따라서 방산정책은 경제성과 안보뿐 아니라 민주적 통제와 윤리적 책임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 기술 보호와 보안인증을 강화하려는 특별법의 규정도 이러한 균형을 의식한 장치로 볼 수 있다.
이 법안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균형성장'이다.
대한민국의 산업은 수도권 집중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방산도 예외가 아니다. 특별법은 비수도권 우대, 지역별 방산 현황 공표, 초광역 협력체계 등을 통해 지역의 산업 역량을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하려 한다. 이는 지역에 공장을 하나 더 짓자는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지역을 국가 혁신의 주체로 세우려는 발상이다. 하지만 균형성장은 '나눠주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경쟁력이 없는 곳에 산업을 분산시키는 것은 균형이 아니라 비효율이다. 반대로 각 지역의 특화 역량을 연결해 하나의 국가 공급망을 만드는 것은 균형이자 성장이다. 이 둘은 전혀 다른 정책이다. 결국 K-방산 특별법의 성패는 법률의 문구가 아니라 실행의 철학에 달려 있다. 방산을 단순한 수출산업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 질서를 재편하는 플랫폼으로 볼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앞으로 10년의 대한민국을 결정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무기를 더 많이 팔 것인가를 고민할 때가 아니다.
어떤 국가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방위산업은 그 답을 보여주는 하나의 산업일 뿐이다. 진정한 경쟁력은 전차나 미사일이 아니라, 기술과 산업, 지역과 국가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K-방산 특별법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을 넘어 세계가 배우는 산업국가가 될 수 있는지,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