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가 흔들릴 때 비로소 보인다.
나는 오르는 법만 알았지,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사다리가 흔들렸을 때 드러나는 것
회사에서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겼을 때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감정을 경험한다. 조직 개편이 이루어지거나, 승진이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거나,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 찾아오면 그동안 쌓아온 것들이 한순간에 의미를 잃는 듯한 허탈함이 밀려온다. 직급은 높아졌고 경력도 쌓였는데, 막상 그 구조가 흔들리면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느낌이다.
이것은 단순히 조직의 문제일까. 아니면 커리어를 바라보는 나의 패턴과 관련된 것일까. 심리학에서는 자신의 가치를 직급, 직함, 조직 내 위치처럼 외부의 기준에 의존해 평가하는 경향을 외재적 자기 가치(Contingent Self-Worth)라고 설명한다. 심리학자 제니퍼 크로커(Jennifer Crocker)의 연구에 따르면, 자기 가치를 외부 기준에 의존할수록 그 기준이 흔들릴 때 심리적 충격은 더욱 커지고 회복에도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수직 승진을 향한 강한 열망은 단순한 야망이 아닐 수도 있다. 외부의 기준 없이는 스스로의 가치를 확인하기 어려운 패턴일 수 있다.
수직으로만 오르려는 패턴은 자기유사성을 가진다
프랙탈의 핵심은 작은 조각이 전체를 닮는다는 것이다. 직급에 집착하는 사람은 회의에서도 자연스럽게 위계를 먼저 확인한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을 때도 자신의 성장보다 승진에 도움이 되는지를 먼저 따져본다. 동료의 성장을 축하하기보다 나와 비교하며 불안해지고, 새로운 기회를 선택할 때도 '더 높은 자리'로 이어지는 길인지부터 계산한다.
이러한 모습은 승진이라는 한 장면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회의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도전을 선택하는 방식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이것이 바로 프랙탈이다. 수직으로만 오르려는 사고는 결국 하나의 사다리에 모든 것을 걸게 만든다. 그리고 그 사다리가 흔들리는 순간, 나 역시 함께 흔들린다.
뇌는 익숙한 경쟁 구조 안에서 안정을 찾는다
신경과학적으로 인간의 뇌는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가 제안한 사회 비교 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에 따르면, 사람은 객관적인 기준이 없을 때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을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
수직적 사다리는 이러한 비교를 가장 쉽게 만들어 준다. 누가 위에 있고 누가 아래에 있는지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있다. 사다리라는 기준에 익숙해질수록, 사다리 밖에서는 스스로를 평가하는 힘을 잃게 된다. 직급과 조직이 사라지는 순간 비교의 기준도 함께 사라지고, 결국 방향마저 잃어버리기 쉽다.
사다리 밖에서 나를 정의하는 것
장자는 매미와 버섯이 자신이 경험한 작은 세계만으로는 대붕의 비행을 이해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익숙한 기준 안에 머무는 것은 편안하지만, 그것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다. 수직의 사다리는 수많은 기준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것이 유일한 성공의 기준이 되는 순간, 사다리 밖에 존재하는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내가 가장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살아 있음을 느끼는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때 에너지가 생기는가.
이 질문들의 답은 직급과 직함, 연봉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사다리가 흔들릴 때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사다리 밖에서도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 커리어의 중심은 내가 올라선 위치가 아니라,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는가에 있다.
[프랙탈 리플렉션 │ 독자 생각 정리]
Q1. 지금 내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직급·연봉·타인의 평가 같은 외부의 기준을 향하고 있는가, 아니면 나만의 기준을 향하고 있는가.
Q2. 수직으로만 오르려는 패턴이 회의, 인간관계, 새로운 기회를 선택하는 방식에서도 반복된 적이 있는가. 내 커리어에는 어떤 자기유사성이 나타나는가.
Q3. 지금 내가 올라가고 있는 사다리가 사라진다면, 사다리 밖에서도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나만의 무늬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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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격표의 프랙탈: 나는 왜 내 시간을 자꾸 싸게 파는가
자신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면 가격도 낮아진다. 그리고 낮은 자기 평가는 어느새 더 높은 자리만이 나를 증명해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격에 이어 이번에는 '사다리'라는 기준 속에 숨어 있는 커리어의 반복 패턴을 들여다본다.
박소영|커리어온뉴스 편집장 · 『프랙탈커리어』 기획연재
[프랙탈커리어] 부분이 전체를 닮듯, 오늘의 태도는 미래의 커리어를 닮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