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간을 싸게 파는 것은 협상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스스로의 가치를 낮게 설정하는 패턴이 커리어의 모든 장면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신호다."

견적을 낼 때마다 손이 멈추는 이유
금액을 적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이상하게 손이 멈춘다. 처음 생각했던 금액에서 자꾸 숫자를 낮추게 된다. 너무 비싸다고 하면 어떡하지. 이 정도 실력에 이 금액이 맞나. 결국 적어낸 숫자는 처음 생각보다 훨씬 낮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히 가격을 낮게 쓰는 문제일까.
심리학에서는 자신의 능력이나 성취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고, 언제든 들통날 것 같은 불안을 느끼는 현상을 가면 증후군(Impostor Syndrome)이라고 부른다. 심리학자 폴린 클랜스(Pauline Clance)와 수잔 임스(Suzanne Imes)가 처음 명명한 이 개념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는 심리적 패턴을 설명한다. 가격표를 낮게 쓰는 것은 결국 그 패턴이 숫자로 드러난 한 장면일 뿐이다.
가치를 낮게 설정하는 패턴은 자기유사성을 가진다
프랙탈의 핵심은 작은 조각이 전체를 닮는다는 것이다. 견적을 낮게 쓰는 사람은 회의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쉽게 철회하는 경우가 많다.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자신의 기여를 과소평가하며, 칭찬을 받아도 "별거 아니에요."라고 돌려보낸다. 이런 모습은 가격표라는 한 장면에만 나타나지 않는다. 커리어의 크고 작은 모든 장면에서 같은 방식으로 반복된다. 스스로의 가치를 낮게 설정하는 것은 가격 협상의 문제가 아니다. 나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의 문제다.
뇌는 반복된 자기평가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신경과학적으로 자기 가치에 대한 평가는 뇌의 보상 회로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는 패턴이 반복될수록 뇌는 그것을 사실로 학습한다. "나는 이 정도 가치밖에 안 된다."는 생각이 반복되면, 뇌는 그에 맞는 행동을 자동으로 선택하기 시작한다. 높은 금액을 제시하거나 자신의 가치를 당당하게 말하는 일이 점점 더 낯설고 위험한 행동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반대로 자신의 가치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표현하는 경험이 반복될수록, 뇌는 그것을 새로운 기준으로 받아들인다. 패턴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그 변화는 언제나 패턴을 알아차리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가격표는 내가 나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장자는 자기 본성을 따르는 삶, 즉 자연(自然)을 말했다. 억지로 자신을 크게 보이려 하는 것도, 반대로 스스로를 작게 만드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다. 내가 가진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것이 자기 가치의 출발점이다. 가격표를 바꾸는 것은 단순히 숫자를 높이는 일이 아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일이다.
내가 반복적으로 기여해 온 것, 다른 사람에게는 어렵지만 나에게는 자연스러운 것, 오랜 시간 쌓아온 나만의 무늬를 정확하게 인식할 때 비로소 가격표도 달라진다. 오늘 내가 낮게 적은 그 숫자 안에는, 나는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프랙탈 리플렉션ㅣ독자 생각 정리]
Q1. 내 시간이나 결과물에 가격을 매길 때 자꾸 낮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순간 내 안에서는 어떤 생각의 패턴이 작동하고 있는가?
Q2. 스스로의 가치를 낮게 설정하는 패턴이 커리어의 다른 장면에서도 반복된 적이 있는가. 회의, 관계, 기여를 인정하는 방식에서 어떤 자기유사성이 보이는가?
Q3. 내가 반복적으로 기여해 온 것 가운데 다른 사람은 쉽게 하기 어려운 나만의 무늬는 무엇인가. 그것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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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커리어온뉴스 편집장 · 『프랙탈커리어』 기획연재
[프랙탈커리어] 부분이 전체를 닮듯, 오늘의 태도는 미래의 커리어를 닮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