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선 글에서 DOP와 IGP의 차이, 원료와 숙성 과정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는 질문은 하나다.
"그래서 어떤 발사믹 식초를 사야 할까?"
아쉽게도 라벨만 보고 제품의 품질을 100% 판단하는 방법은 없다. 발사믹 식초의 풍미는 원료와 숙성, 생산자의 기술이 함께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구매 전에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 기준은 분명히 있다.
DOP는 가열포도원액(Mosto Cotto)만을 사용하며, 12년 이상 숙성한 제품과 25년 이상 숙성한 엑스트라베키오(Extravecchio)로 구분된다. 따라서 DOP 로고와 숙성 표시를 확인하면 제품의 기본적인 정체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모데나 발사믹 식초 IGP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 중 하나는 어떤 포도 원료가 사용되었는지이다. IGP는 가열포도원액(Mosto Cotto)과 농축포도즙(Mosto Concentrato)을 모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IGP 제품이라도 원료 구성에 따라 풍미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Mosto Cotto는 포도즙을 가열하는 과정에서 수분이 줄어들고 당분과 향이 농축되며, 열에 의한 캐러멜화가 진행된다. 이 과정은 발사믹 식초 특유의 짙은 갈색과 깊은 향, 복합적인 풍미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따라서 Mosto Cotto를 사용한 제품은 보다 전통적인 발사믹의 색과 향, 깊이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고급 제품으로 평가된다.
반면 Mosto Concentrato는 가열 과정을 거치지 않고 포도즙의 수분을 제거해 농축한 원료다. 포도가 가진 향과 당도, 농축감은 유지할 수 있지만, Mosto Cotto에서 만들어지는 열에 의한 풍미 변화와 복합적인 향은 형성되지 않는다.
따라서 구매 시 단순히 “포도 원료가 들어갔다”는 사실보다, 어떤 형태의 포도 원료가 사용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Mosto Cotto를 사용한 제품은 전통적인 발사믹의 풍미와 깊이를 기대하는 소비자에게 적합하며, Mosto Concentrato를 활용한 제품은 보다 산뜻하고 실용적인 스타일의 발사믹을 선택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숙성 표기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인증 절차 후 인베키아토(Invecchiato) 또는 리제르바(Riserva) 표시만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표시만으로 제품의 품질을 모두 판단할 수는 없다. 같은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포도의 품질과 생산 방식, 숙성 과정에 따라 풍미는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라벨 외에 우리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단서는 없을까?
바로 점도(Viscosity)다.
발사믹 식초는 숙성이 진행될수록 수분이 증발하고 포도의 성분이 농축된다. 그 결과 밀도(Density)가 높아지고 점도 역시 증가한다. 전통 발사믹 식초 DOP는 생산 규격에서 20℃ 기준 최소 밀도 1.240을 충족해야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일반적으로 라벨에 표시되지 않는다. 소비자가 구매 전에 밀도를 직접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의미다.
반면 점도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병을 기울였을 때 액체가 벽면을 따라 얼마나 천천히 묵직하게 흐르는지를 통해 농축 정도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원료의 종류와 배합이 다양한 IGP 제품은 이러한 점도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제품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점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발사믹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원료의 구성과 제조 방식에 따라서도 점성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점도는 어디까지나 여러 판단 기준 가운데 하나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처음 구매할 때는 여기까지가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전부다. 하지만 두 번째 구매부터는 새로운 기준이 생긴다.
바로 향이다.
좋은 발사믹은 단맛과 산미만 강한 것이 아니다. 숙성 과정에서 형성된 목향과 복합적인 향, 그리고 긴 여운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이러한 풍미는 라벨만으로는 알 수 없는 발사믹의 진짜 가치다.

결국 좋은 발사믹을 고르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DOP와 IGP 표시를 확인하고, 원료와 숙성 표기를 살펴본 뒤, 점도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 그리고 한 번 경험한 뒤에는 향과 풍미까지 기억하며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발사믹을 가장 현명하게 선택하는 방법이다.
결국 우리가 선택하는 것은 식초 한 병이 아니다. 그 안에 담긴 모데나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생산자가 오랜 시간 지켜온 철학을 함께 선택하는 일이다.
[
이탈리아 전문 칼럼니스트]
김성욱 대표
(뽀모도로플러스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