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2일 서울 목동야구장.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세광고는 경북고를 6대2로 꺾고 창단 첫 청룡기 우승을 차지했다. 1955년 야구부 창단 이후 72년 만에 이룬 첫 청룡기 정상이며, 1982년 황금사자기 우승 이후 44년 만에 다시 전국대회 정상에 오른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날의 감동은 단순한 우승에 머물지 않았다. 세광고가 오랜 시간 지켜온 교육 철학과 선후배가 함께 만든 공동체 문화가 전국 정상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남겼다.

72년의 꿈, 교육으로 이어진 전통
세광고 야구부의 역사는 승리보다 사람을 먼저 키우는 교육에서 시작됐다. 1955년 야구부를 창단한 초대 교장 고(故) 이태희 선생은 야구를 단순한 운동이 아닌 인성과 책임감, 협동심을 배우는 교육의 장으로 바라봤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선수들을 보살피고 지원하며 학교가 학생의 성장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교육 철학을 실천했다.
그 철학은 세월을 거치며 학교의 문화가 됐고, 세광고 야구부만의 전통으로 이어졌다. 수많은 선배들이 청룡기 우승을 꿈꿨고, 후배들은 그 꿈을 이어받았다. 여러 차례 아쉬운 순간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2020년 청룡기 4강, 2023년 봉황대기 준우승은 실패가 아니라 성장의 과정이었고, 마침내 72년의 기다림은 청룡기 우승으로 결실을 맺었다.
우승을 만든 또 하나의 주인공, 세광 공동체
이번 우승은 선수들만의 승리가 아니었다. 결승전이 열린 목동야구장에는 재학생과 동문, 교직원, 학부모가 하나 되어 선수들을 응원했다. 그 함성은 단순한 응원을 넘어 세광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진 공동체의 힘을 보여줬다.
세광고에는 졸업과 동시에 학교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후배들의 성장을 함께 응원하는 전통이 있다. 그 중심에는 30년 넘게 세광 야구부를 지켜온 김낙수 야구후원회장이 있었다. 그는 전국 각지의 경기장을 찾아 후배들을 응원하고, 선수들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묵묵히 지원을 이어왔다. 함영관 재경야구후원회장 역시 수도권에서 열린 세광고 경기를 꾸준히 찾으며 후배들과 기쁨과 아쉬움을 함께해 왔다. 두 사람의 변함없는 헌신은 세광 야구부를 지탱해 온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동문사회의 결속도 빛났다. 박종찬 총동문회장과 라현주 재경동문회장은 전국 2만5000여 동문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며 선수단을 응원했고, 우승 직후에는 "모두가 함께했기에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었다"며 선수단과 동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들의 메시지는 이번 우승이 선수들만의 성과가 아닌 세광 공동체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결실임을 보여줬다. 선수들의 투혼과 지도자의 리더십, 후원회의 헌신, 동문사회의 응원과 학부모·교직원의 믿음이 하나로 모이며 세광고는 72년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응원도 교육이었다
교육은 교실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후배를 위해 경기장을 찾고, 자신의 시간과 정성을 기꺼이 나누는 선배들의 모습은 학생들에게 공동체의 가치와 책임감을 가르치는 또 다른 교육이었다. 선배들의 응원은 단순한 함성이 아니라 "혼자가 아니라 함께 성장한다"는 세광고의 전통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육이었다.
김낙수 야구후원회장과 함영관 재경야구후원회장이 수십 년 동안 이어온 헌신, 박종찬 총동문회장과 라현주 재경동문회장이 동문사회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 리더십은 후배들에게 말보다 강한 본보기가 됐다. 그것이 세광고가 오랜 시간 지켜온 교육의 힘이며, 공동체가 학생을 성장시키는 방식이었다.

청룡기보다 오래 남을 것은 사람이다
세광고의 이번 우승은 한 번의 스포츠 이벤트로 끝나지 않는다. 창단 72년 만의 첫 청룡기 우승과 44년 만의 전국 정상 복귀는 후배들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주고, 지역사회에는 교육과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 일깨운 상징적인 사건이 됐다. 청룡기를 들어 올린 것은 선수들이었지만, 그 우승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학교가 72년 동안 지켜온 교육 철학과 사람을 향한 믿음, 그리고 선후배가 함께 만들어 온 공동체 문화였다.
교육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공동체를 만들며, 공동체는 다시 역사를 만든다. 세광고의 청룡기 우승은 스포츠 기록을 넘어 교육이 사람을 키우고, 공동체가 꿈을 현실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값진 사례다. 72년의 기다림과 44년 만의 전국 정상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세광의 역사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새로운 출발점이다. 그리고 이번 우승은 우리 사회에 하나의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진정한 명문은 우승을 많이 하는 학교가 아니라, 사람을 오래 키우고 그 사람들이 다시 후배를 키우는 전통을 가진 학교라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