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자흐스탄이 유라시아 물류 허브 구축을 위한 국가 전략을 본격화하면서 한국의 첨단 로봇 물류 자동화 기술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이점을 바탕으로 물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카자흐스탄이 한국 기업들의 스마트 물류 기술을 벤치마킹하며 협력 확대에 나선 것이다.
카자흐스탄 과학교육부 산하 정보통신·컴퓨팅기술연구소(IICT, Institute of Information and Computational Technologies) 대표단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로봇 물류 자동화 기술 현장 실사를 진행했다. 이번 방문은 카자흐스탄이 추진 중인 ‘물류자동화기지 구축 사업(Logistics Automation Hub Project)’의 기술 검토와 협력 파트너 발굴을 목적으로 마련됐다.
대표단에는 IICT 부소장인 오르켄 자키포비치 마미르바예프(Orken Zhakipovich Mamyrbayev) 박사를 비롯해 연구진이 참여했으며, 국내 로봇 물류 자동화 전문기업 하이로보틱스(HAI Robotics)와 AI·데이터 솔루션 기업 케이엔씨어레이(KNC Array)를 방문해 최신 기술과 운영 체계를 직접 확인했다.
이번 실사는 Defense Global Kazakhstan LLP(DGK), 하이로보틱스, 케이엔씨어레이, 글로벌코리아센터(Global Korea Center)의 협력 아래 진행됐다. 하이로보틱스와 케이엔씨어레이가 기술 협력 및 도입 검토를 주도하고, 글로벌코리아센터가 양국 기관과 기업 간 협력 창구 역할을 담당했다.
물류 자동화,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전자상거래 시장 확대에 따라 물류 효율성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중앙아시아 최대 경제권인 카자흐스탄은 유라시아 교역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철도·항만·물류 인프라 현대화와 디지털 전환을 국가 중점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중국의 일대일로(BRI)와 유럽을 연결하는 중간 회랑(Middle Corridor)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물류 처리 효율을 높이고 국제 물류 거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스마트 물류 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번 방한 실사는 이러한 국가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됐다. IICT는 카자흐스탄 내 물류 자동화 허브 구축을 위한 기술적 타당성을 검토하고, 실제 운영 사례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의 선진 물류센터와 자동화 솔루션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AI·AMR·디지털 트윈까지…스마트 물류 기술 전방위 점검
현장 실사에서는 단순한 설비 견학을 넘어 첨단 물류 자동화 기술에 대한 심층 검토가 이뤄졌다.
대표단은 AI 기반 물류 자동화 시스템과 자율이동로봇(AMR) 운영 기술, 자동 입·출고 시스템, 창고관리시스템(WMS), 물류 데이터 통합 관제 플랫폼 등을 중심으로 기술 적용성과 운영 효율성을 확인했다.
특히 자동화 설비 내 각 장비의 기능과 역할, 시스템 간 연계 구조, 국제 표준 규격 적용 가능성 등을 세밀하게 검토했다. 물동량 증가에 따른 비용 구조 변화와 투자 대비 효율성, 운영 안정성도 주요 검토 대상이었다.
최근 스마트 물류 분야에서 주목받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대표단은 실제 물류센터 운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 환경에서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이 물류 운영 효율화와 예측 관리에 어떤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또한 중앙아시아 지역의 기후와 물류 환경, 산업 구조를 고려한 ‘중앙아시아형 물류자동화 모델’ 구축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기술 도입 넘어 공동 생태계 구축으로
이번 방문에서 눈길을 끈 부분은 단순한 기술 수입을 넘어 현지 산업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IICT 대표단은 자동화 시스템 운영을 위한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과 기술 교육 체계에 큰 관심을 보였다. 첨단 물류 시스템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현지 엔지니어와 운영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오르켄 마미르바예프 IICT 부소장은 “카자흐스탄은 유라시아 물류 중심국가로 성장하고 있으며 물류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는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과제”라며 “한국 기업들이 보유한 첨단 물류 자동화 기술은 카자흐스탄 물류자동화기지 구축 사업의 중요한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DGK 관계자 역시 “이번 실사를 계기로 한국 기업들의 기술을 카자흐스탄에 도입하고 장기적으로는 현지 생산과 기술인력 양성까지 연계하는 물류자동화 플랫폼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카자흐스탄 협력 확대 기대
업계에서는 이번 방문이 단순한 기술 검토를 넘어 한국과 카자흐스탄 간 스마트 물류 협력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케이엔씨어레이 길익균 대표는 “이번 실사 이전에도 양측은 수차례 교류를 이어오며 협력 가능성을 논의해 왔다”며 “구체적인 협력 성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물류자동화센터 구축을 비롯해 공동 연구개발(R&D), 기술 실증 사업, 전문 인력 양성, 중앙아시아 스마트 물류 플랫폼 구축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앙아시아 물류 시장이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큰 만큼 한국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해외 진출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로봇 자동화, AI 물류 분석, 스마트 창고 운영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기업들이 카자흐스탄의 디지털 물류 전환 과정에 참여할 경우 기술 수출과 산업 협력의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유라시아 물류 네트워크의 핵심 국가로 도약을 준비하는 카자흐스탄과 글로벌 스마트 물류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의 만남이 향후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