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루카에서 태어난 작곡가로, 주세페 베르디 이후 이탈리아 오페라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손꼽힌다. 밀라노 음악원에서 공부한 그는 1893년 《마농 레스코》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후 《라 보엠》(1896), 《토스카》(1900), 《나비 부인》(1904)을 잇달아 발표하며 오페라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평범한 사람들의 비극적인 삶을 격정적이면서도 섬세한 선율로 빚어내는 그의 방식은 사실주의 오페라, 즉 ‘베리스모(Verismo)’의 정수였다.
그런 푸치니가 말년에 택한 마지막 무대는 얼음처럼 차가운 공주가 사는 전설 속 중국이었다. 《투란도트》는 18세기 이탈리아 극작가 카를로 고치의 우화극을 원작으로 한다. 수수께끼를 맞히지 못하는 청혼자들을 무참히 처형해온 투란도트 공주와,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는 칼라프 왕자의 이야기를 담은 3막 오페라다. 그러나 푸치니는 이 역작을 끝내 완성하지 못했다. 1924년 11월 후두암 수술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미완의 악보는 후배 작곡가 프랑코 알파노의 손에 넘겨졌다.
1926년 4월 25일,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역사적인 초연이 열렸다. 이날 지휘봉을 잡은 거장 아르투로 토스카니니는 푸치니가 생전에 직접 완성한 3막 ‘류의 죽음’ 장면까지만 연주한 뒤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관객석을 향해 돌아서서 이렇게 말했다. “마에스트로가 작곡한 것은 이 부분까지입니다.” 이 짧은 선언은 오페라 역사상 가장 극적이고 엄숙한 순간으로 지금까지 회자된다.
그로부터 세월이 흐른 2003년 5월,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의 거장 장예모(张艺谋) 감독이 연출한 《투란도트》가 무대에 올랐다. 이 공연은 한국 오페라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대작으로 평가받으며, 이후 국내에 대형 야외 오페라 붐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당시 장예모의 선택은 대담했다. 수만 명을 수용하는 거대한 축구 경기장을 오페라 무대로 삼고, 황금빛과 붉은빛이 압도하는 웅장한 세트를 통해 중국 황실의 장엄함을 시각화했다. 수백 명의 무용수가 펼치는 정교한 군무, 경극의 몸짓과 전통 가면이 서양 성악의 아리아와 교차하는 연출은 오페라와 스펙터클의 경계를 허무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그날 밤 오페라는 오선지 위의 악보(Score)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시각 언어로 관객을 압도했다.
물론 비판도 뒤따랐다. 섬세한 감상이 필요한 오페라를 지나치게 이벤트화하여 예술적 감동을 반감시키고 질적 저하를 초래했다는 목소리였다. 예술적인 관점에서는 충분히 타당한 지적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날 경기장을 가득 채운 수많은 관객이 생애 처음으로 칼라프 왕자의 명아리아 "Nessun Dorma(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직접 듣고 전율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투란도트》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 .
이 작품은 단순한 동서양의 만남이나 장대한 스펙터클 이상의 가치를 품고 있다. 푸치니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이 오페라의 마지막 장면, 즉 차가운 공주의 마음이 사랑으로 녹아내리는 극적인 순간을 끝내 쓰지 못했다. 어쩌면 그가 가장 말하고 싶었던 것—오래된 상처와 완고한 벽이 마침내 무너지는 바로 그 기적의 순간—은 악보 위에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이 채워지지 않은 여백은 우리에게 또 다른 질물은 던진다. 투란도트의 얼음은 정말로 녹았을까? 그토록 굳건한 마음마저 움직일 수 있는 사랑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 각자의 삶에서 아직 쓰이지 않은 마지막 장면은 무엇일까? 등등.
2003년 상암의 야외 무대는 무려 1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커다란 화제를 모았다. 수많은 관중은 저마다의 삶과 사연을 품은 채, 그 밤의 아리아에 숨을 죽였을 것이다. 푸치니가 미완으로 남겨둔 여백 안에는, 어쩌면 매끄럽게 완성된 그 어떤 음악보다 더 많은 감정과 가능성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미완성이기에 비로소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완성되는, 역설적인 사랑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오늘은 BGT 2007년 폴 포츠가 불렀던 Nessun Dorma를 감상해보시겠습니다. 독설가 사이먼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는 덤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