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촬영 피해는 촬영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가 충격 속에서 가해자에게 먼저 연락하거나 삭제를 요구하는 사이, 대화 기록이나 관련 자료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신고 여부를 결정하기 전이라도 촬영 정황, 대화 내용, 유포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우선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 피해 인지 후 첫 24시간, 감정보다 기록이 먼저다
불법촬영은 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나 카메라로 몰래 촬영하는 경우뿐 아니라, 연인·지인 등 신뢰 관계 안에서 동의 없이 촬영이 이뤄지는 경우도 포함된다. 유형은 다르지만 피해자가 범행을 알게 된 직후 겪는 불안과 혼란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때 가해자에게 먼저 항의하거나 삭제를 요구하기보다, 촬영 정황과 대화 내용, 유포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먼저 보존하는 것이 향후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엘 성범죄 피해자 케어센터 차재승 대표변호사는 "불법촬영 사건은 피해자가 사실을 인지한 직후 어떤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이후 절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연인·지인 관계에서 발생한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이미 삭제했다"거나 "동의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주장하는 사례도 있다. 피해자가 즉시 항의성 메시지를 보내면 이후 대화가 감정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관련 자료가 정리되거나 삭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해 사실을 인지한 직후에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한 뒤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 가해자에게 연락하기 전, 남겨야 할 핵심 자료들
피해를 인지했다면 카카오톡·문자·SNS 대화 내용, 촬영을 암시하는 발언, 영상 파일 존재를 확인한 화면, 유포 협박성 메시지, 계정 주소와 게시물 URL 등을 별도로 저장해 두는 것이 좋다. 캡처 화면만으로 부족할 수 있으므로 날짜와 시간이 보이도록 기록하고, 원본 파일이나 대화방을 임의로 삭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해자가 영상을 삭제했다고 주장하더라도 관련 확인 절차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휴대전화, 클라우드, 외장 저장장치, 메신저 전송 내역 등에 관련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기 단계에서는 신고 여부뿐 아니라 어떤 자료를 우선 보존해야 하는지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차 대표변호사는 "삭제 여부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만으로 상황을 단정하기보다, 남아 있는 자료와 정황을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간이 지나면 확인이 어려워지는 정보도 있는 만큼 초기 기록 보존의 중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가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연락해 삭제를 요구하거나, 게시물을 확인하면서도 증거를 별도로 저장하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나면 유포 경로나 시점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신고 전 단계의 핵심은 감정적 대응보다 보존 가능한 자료를 차분히 정리하는 데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처벌 절차와 삭제 지원은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현행 법령은 동의 없는 촬영뿐 아니라 촬영물의 반포·제공·유포 행위 등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형사 절차가 진행된다고 해서 피해 회복이 곧바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온라인에 유포된 촬영물은 완전한 삭제가 쉽지 않은 만큼 유포 경로 차단, 플랫폼 신고, 삭제 지원, 모니터링 등의 조치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사기관에 제출할 자료 역시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영상이 있다"는 설명보다 촬영 사실을 알게 된 경위, 가해자의 발언, 저장·전송 가능성이 의심되는 정황, 피해자가 우려하는 2차 피해 가능성 등을 순서대로 정리하면 사건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차 대표변호사는 "불법촬영 사건은 언제 신고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자료를 확보하고 보존했는지 역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초기 자료가 정리돼 있을수록 사실관계 확인과 후속 대응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움말 = 이엘 성범죄 피해자 케어센터 차재승 대표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