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바이올리니스트 쟈스민(본명 이진형)이 공저 에세이 『봄비 아래 피는 벚꽃』을 통해 음악과 문학을 잇는 또 하나의 서사를 선보였다. 포레스트 웨일과 함께 집필한 이번 작품은 관계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가까워짐과 멀어짐 사이의 미묘한 흐름을 담담히 기록해낸 것이 특징이다.
쟈스민이 집필한 「봄비처럼 지나간 사람에게」는 이번 책의 정서를 대표하는 글로 이목을 끌고있다. 그는 “처음에는 어떤 마음을 정리하려는 의도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결국 그것은 정리가 아니라 이해에 가까운 과정이었다”며 “관계를 지나온 뒤에야 비로소 보이는 감정들이 있다. 그것들을 기록처럼 남기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사건 중심의 서사가 아닌 ‘감정의 온도 변화’에 대한 집중이다. 쟈스민은 일상의 사소한 장면들, 말로 표현되지 않는 표정, 그리고 공간 속 공기의 흐름까지 포착하며 관계의 미세한 균열과 연결을 그려낸다. 그는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사람마다 전혀 다르게 느낄 수 있다”며 “그 차이를 인정하는 순간이야말로 관계의 시작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러한 감각은 음악가로서의 경험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 전자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해온 그는 소리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그 여운에 익숙한 인물이다. 쟈스민은 “바이올린의 소리가 공기 중에 머물다 사라지듯, 감정 역시 그렇게 흐른다고 생각한다”며 “글을 쓸 때도 그 흐름을 억지로 붙잡기보다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장된 표현보다 있는 그대로의 순간을 담는 문장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미 「오늘의 햇살을 담아」, 「이야기 열매들」, 「여기, 내가 그대로 있어요」 등 다양한 공저 작업에 참여하며 자신만의 문장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봄비 아래 피는 벚꽃』은 그러한 작업의 연장선이자, 한층 더 선명해진 개인적 서사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쟈스민은 이번 책의 의미를 ‘시작’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언젠가는 제 이름으로 된 단독 에세이를 출간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며 “이번 작업은 그 첫 문장을 쓴 것과 같다”고 밝혔다. 음악과 글쓰기 사이에서 감정을 탐구해온 시간이 하나의 방향성을 갖기 시작한 셈이다.

현재 그는 공연과 집필을 병행하며 예술적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는 소리로 감정을 전달하고, 글에서는 그 감정의 여백과 흐름을 풀어내는 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쟈스민은 “감정을 단정 짓기보다 그 과정을 바라보고 느끼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며 “음악과 글 모두에서 그런 태도를 지켜가고 싶다”고 말했다.
『봄비 아래 피는 벚꽃』은 빠르게 소비되는 감정의 시대 속에서, 사라져가는 순간들을 천천히 응시하도록 이끄는 작품이다. 쟈스민의 문장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 절제된 시선 안에서 독자는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경험하게 된다. 감정을 정의하기보다 이해하려는 그의 태도는, 관계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잔잔한 질문을 던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