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취미 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술 공방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그림 그리기를 넘어, 힐링과 자기표현의 공간으로 자리 잡은 미술 공방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특히 SNS를 통한 공유와 체험 중심의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소규모 개인 공방부터 대형 클래스 운영 공간까지 그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경기 고양시 덕양구 ‘심록’ 신재훈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 [심록] 신재훈 대표 |
Q. 귀 사의 설립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상상하고, 궁금해하고.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추억하고, 염원하고. 그리고, 꿈꾸는 마음들.
저는 이처럼 삶을 살아가게 하는 생기 어린 감정들이 참으로 ‘푸르다’고 느낍니다. 각자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저마다의 푸른 마음들, 저는 그 맑고 깊은 감정들을 오래도록 동경해 왔습니다.
“우리가 삶을 조금 더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조용한 바람과 푸르름에 대한 사적인 그리움에서 심록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미술이란, 마음속 푸르른 감정들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그것을 각자의 시선과 언어로 표현해 보는 자유롭고도 주체적인 행위라고 믿습니다.
심록은 그 믿음을 바탕으로, 예술이 일상에 잔잔히 스며들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합니다. 그림 한 점, 색 하나가 마음을 어루만지는 순간을 통해, 각자의 내면에 다시 푸른빛이 떠오르기를 바랍니다.
혹여 무채색이 되어버린 감정들이 있다면, 이곳에서의 경험이 그것들을 다시 살아나게 하기를.
그리고 그 회복된 감정들이 지역 곳곳에 스며들어, 예술로 소통하고 배우는 따뜻한 문화의 연결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Q. 귀 사의 주요 프로그램 분야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심록은 시각예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미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공간입니다.
정규 프로그램으로는 한국화 수업과 성인 취미 미술 수업이 마련되어 있으며, 개인의 기호와 감성에 따라 자유롭게 그림을 그려보는 페인팅 체험, ‘푸르름 탐구소’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미술 활동을 중심으로 한 소모임, 그리고 특정 주제를 바탕으로 한 원데이 클래스형 기획 워크숍 등을 통해 보다 풍요롭고 열린 예술 경험을 제안합니다.
Q. 귀 사만의 특징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무언가를 ‘미술’이라는 이름 아래 세상에 구현하려면, 반드시 어떤 ‘물질’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미술의 역사와 미술 재료는 언제나 함께 발전해 왔습니다.
저는 시각예술가로 활동하며, 한국 미술과 미술 교육, 그리고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미술 재료학’을 함께 공부해 왔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미술을 알아간다’는 과정은 단지 기술이나 표현 방법을 익히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기반에는 재료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미술 교육의 현장에서는, 이러한 본질적인 재료에 대한 접근이 종종 소홀히 다뤄지고 있는 듯해 아쉬움을 느낍니다.
저는 종종 미술을 요리에 비유하곤 합니다.
다양한 요리, 혹은 내가 원하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선 우선 각 식재료의 존재를 알고, 고유한 맛과 특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재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배우고, 조리 기술과 기법을 익혀야 하죠. 그 모든 과정이 축적될 때, 비로소 자신만의 요리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미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이미지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재료의 물성과 원리를 제대로 아는 일이 중요합니다. 재료를 이해하게 되면 표현의 폭은 자연스레 넓어지고, 그 표현은 단순한 기법의 반복을 넘어 자신만의 정신성을 담은 시각 언어가 될 수 있습니다.
심록은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재료의 고유한 미감과 발색 원리, 그리고 물성을 함께 탐구해 나가는 공간입니다.
또한 ‘다들 그렇게 하니까’, ‘원래는 그렇게 해야 하니까’와 같은 방식의 지도를 지양합니다. 오히려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 방식의 유래와 원리를 함께 살펴보며, 단순한 모방이나 답습이 아닌 깊이 있는 미술적 사고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Q. 귀 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대표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다소 잊혀 가는 우리 고유의 ‘입춘첩’ 문화를 다시 떠올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한때 청사진 기법을 활용한 입춘첩 제작 워크숍을 기획한 적이 있습니다.
낯선 기법에 대한 신선한 호기심 속에서, 참여자분들은 활동 내내 즐겁게 몰입해 주셨고, 마무리 시간에 제가 전한 기획 의도에도 깊이 공감해 주셨던 기억이 아직도 따뜻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날, 워크숍이 끝난 뒤 참여자분들께는 입춘첩 키트를 하나씩 추가로 나누어 드리며, 가까운 지인들에게 선물로 전하고 오늘의 경험을 널리 나눠주시길 부탁드렸습니다.
이후 몇몇 분들이 정성스럽게 공유해 주신 후기 속에는, 소박한 활동 속에서도 무언가를 진심으로 느끼고 받아들인 흔적들이 담겨 있었고, 그 진정성에 저 또한 깊이 감동했습니다.
삶 속에서 어쩌면 별것 아닐 수도 있는 작은 활동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의미로 남고, 감동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저는 늘 고맙고, 또 소중한 마음이 듭니다.
![]() ▲ [심록] 내부 전경 및 워크샵 모습 |
Q. 향후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정식으로 문을 연 지 이제 두 달째, 심록은 아직 따끈따끈한 새싹 같은 공간입니다.
지금은 여러모로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어, 하고 싶은 일도,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도 많지만, 모든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펼치기보다는 조심스럽게 마음속에 아껴두고 있는 단계입니다.
현재는 그림을 그리는 수업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이 외에도 한지 제조, 천연 염색, 전통 공예 등 우리 미술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차근차근 구체화해보고 싶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활동들을 하나씩 실현해 나가며, 미술을 매개로 한 다채로운 배움과 체험의 기회를 넓혀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씩 완성된 프로그램들이 사람들과 만나는 과정 속에서, 지식이나 기술뿐만 아니라 의식, 감각, 마음과 같은 무형의 가치들도 함께 전해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작고 조용한 시작이지만, 이 공간에서의 활동들이 차곡차곡 쌓여 결국에는 동네 속 유의미한 문화 예술 거점으로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느리지만 단단하게, 심록의 취지에 부합하는 길을 한 걸음씩 이어가고 싶습니다.
Q. 독자들에게 전할 말
A. 심록의 상징은 ‘하얀 들꽃’입니다.
이름 없이 들풀이라 불리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하나 고유한 생김새와 결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주 스쳐 지나칠 만큼 우리 곁에 가까이 있지만, 그 소박한 아름다움은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지곤 하지요.
심록도 그런 공간이 되고 싶습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특별한 장식 없이도 곁에 머무는 것만으로 작은 위안과 여운을 전할 수 있는,
그런 하얀 들꽃 같은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정성껏 가꾸어 가겠습니다.
오가는 길에 조용히 눈길 머물러 주시고, 마음으로 들러 주신다면 참 감사하겠습니다.

















